〔주해〕
이미 ‘비’로되 ‘즉’이라 하시고, ‘즉’에 나아가 ‘비’라고 하시니,
마음과 말이 미묘히 끊어져 헤아림을 들이지 못할 것이로다.
이 글이 어지러운 듯하되, 각각 주〈장〉한 곳이 있으니,
처음〈에〉 이르신 본묘원심은 ‘체’로부터 이르시고,
다음에 이르신 원명심묘는 ‘용’으로부터 이르시고,
마침에 이르신 묘명심원은 ‘체’와 ‘용’을 모아서 이르신 것이다.
본묘원심은 이것이 밑〔근본〕이라〈서〉 끝〈이〉 아니며, 이것이 둥근 것이라〈서〉 기울음〈이〉 아니며, 이것이 마음이라〈서〉 ‘물’이 아니니,
진실로 깨끗하고 미묘한 ‘체’이므로 이런고로
일체법 주035) 이 아닌 것이다.
원명심묘는 이것이 ‘원’이라 ‘본’이 아니며, 이것이 ‘명’이라 ‘체’가 아니니,
여여〈한〉 묘용이므로, 이런고로 곧 일체법인 것이다.
묘명심원은 이것이 ‘묘’의 ‘명’이며, 이것이 마음의 ‘원’이라
요묘 주036) 를 함께 보므로
【노자가 이르되, “‘도’가 〈도를〉 가히 이르면 상도 주037) 가 아니고, 이름이 가히 이름 지으면 상명 주038) 이 아니니, 무명이 천지의 비롯함이고, 유명이 만물의 어머니이니, 늘 ‘무’하여 모름지기 그 ‘묘’를 보며, 늘 ‘유’하여 모름지기 그 ‘요’ 주039) 요: 「도」가 순환하는 현상계(現象界)를 이름.
를 볼 것이니, 이 둘이 한 곳에서 나되, 이름이 다르니, 한가지로 현〈묘〉이라고 이르니, 현〈묘〉하고 또 현〈묘〉함이 많은 ‘묘’의 문(=모든 사물의 묘리가 거기서 나오는 문)이라고 한 것이다. ‘요’는 구멍이니, ‘무’에서부터 오는 구멍이다.】 이런고로 ‘즉’을 여의며 ‘비’를 여의며, 이것이 ‘즉’이며 ‘즉’ 아니니,
미묘히 여기에서 나아가면 ‘체’와 ‘용’이 온전히 없으며 뜻에 여김이 여기에 끊어져 장심 묘성이 훤히(=시원히) 허물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