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대나 태자의 보시행 11]
나랏 주001) 나랏: 나라의. ‘-ㅅ’은 관형격조사. 무정체언과 높임의 자질을 가진 체언 뒤에는 ‘ㅅ’이, 높임의 자질을 갖지 않은 유정체언에는 ‘-/의’가 쓰인다.
臣下히 太子ㅣ 白象로 怨
월인석보 20:66ㄱ
家애 布施다 듣고 다 놀라 平床애
려 디여 주002) 려디여: 내려 떨어져. 리-+어+디-+어. 합성동사.
시름야 닐오
나라히 주003) 나라히: 나라가. 나랗[國]+이. ‘나랗’은 ‘ㅎ’ 종성체언. 현대국어에서도 노년층에서는 ‘나라이, 하나이’가 쓰이는데, 이는 이 체언들이 ‘ㅎ 종성체언’이었던 사실에 말미암는다.
다 주004) 이 象 미더 敵國 이긔더니라 고
모다 주005) 모다: 모여. ‘몯-+아’의 활용형인데, 동사로도 쓰이고 이것이 굳어진 파생부사로도 쓰였음. 여기서는 부사. 현대국어 관형사 ‘모든’은 ‘몯-+(관형사형어미)’가 관형사로 굳어진 것이다.
王 가 太子ㅣ
나라해셔 주006) 싸홈 이긔 象 怨讐ㅅ 나라해 布施
시도소다 주007) 시도소다: 하셨습니다. -+시+돗+오++다. ‘-도소-’를 하나의 어미로 보기도 함.
王이 드르시고
잔야시 주008) 잔야시: 잠자코 계시거늘. ‘-/늘’은 ‘-거/아/어/야’ 없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일이 없으므로 ‘-야…/늘’을 불연속형태소로 처리하기도 한다.
臣下ㅣ
이제 주009) 이제: 이제. 지금. 이(관형사)+제(의존명사). 음절부음 [j]로 끝나는 체언 중 시간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어휘 뒤에는 처소부사격조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王이 天下 가져
겨샤 주010) 겨샤: 계심은. 겨시-+오/우+ㅁ+/은. 보조동사 ‘겨시-’가 ‘-어’ 뒤에 쓰인 것이 현대국어와의 차이점이다.
젼혀 이 象 히미니 太子ㅣ 怨讐ㅅ 나라해 주시니 나라 일흐실까 노니
엇뎨리잇고 주011) 엇뎨리고: 어찌하겠습니까? 엇뎨(부사)+-+리++고. ‘--’은 ‘--’의 이형태로서 의문종결어미 ‘-고, -가’ 앞에 나타남. ‘-고’는 의문과 관련된 어사가 있는 문장에 쓰이는 설명의문 종결어미이고, ‘-가’는 의문의 어사가 없는 의문문에 쓰여 가부의 판정을 요구하는 판정의문 종결어미이다.
太子ㅣ 布施
너므 주012) 너므: 너무. ‘너모’의 오기일 가능성이 있다. 이 책에는 ‘너모’(68ㄴ)가 보인다. ‘너모’는 ‘넘-+오(부사파생접미사).
샤 나랏 庫ㅣ 나날 뷔여 가니 우리
저호 주013) 나라히며 주014) 나라히며: 나라며. ‘-이며’는 접속조사. ‘나랗’은 ‘ㅎ’ 종성체언. 현대국어에서도 노년층에서는 ‘나라이, 하나이’가 쓰이는데, 이는 이 체언들이 ‘ㅎ 종성체언’이었던 사실에 말미암는다.
월인석보 20:66ㄴ
걋 주015) 걋: 자기의. 갸[自家]. 현대국어 3인칭 높임의 ‘당신’과 같음.
妻子息 다 주실까 노이다 王이 드르시고 더욱
츠기 주016) 너기샤 臣下 블러 무르샤 太子ㅣ 眞實로 白象 내야 怨讐ㅅ 나라해
주니여 주017) 주니여: 주었느냐. 주-+니+어. ‘-어’는 ‘-가’와는 다른 종결어미. 현대국어의 ‘해체’ 종결어미에 해당한다.
對答
주018) : 하오되. +(주체겸양 선어말어미)+오/우+.
眞實로 주시니다 王이 드르시고 다시 놀라 平床애 려디샤
림 몯야 주019) 겨시거 믈로
려 주020) 오라거 주021) 오라거: 오래되어서야. 오라-+거+(의무, 당연). [의무], [당연], [강조]를 나타내는 보조사 ‘-’는 체언, 조사, 어미 뒤에 두루 통합할 수 있음. ‘-’가 보조사라면 ‘-거-’는 어말어미가 될 수밖에 없는데, 기원적으로 ‘-거-’는 어말어미였던 것이 선어말어미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시니 二萬 夫人도 다 츠기 너겨 더라
Ⓒ 필자 | 세조(조선) / 1447년(세조 5)
[수대나 태자의 보시행 11]
나라의 신하들이 태자가 백상을 원가에 보시했다고 듣고, 다 놀라 평상에서 떨어져 시름하여 이르기를, “나라가 다만 이 코끼리를 믿고 적국을 이겼더니라.” 하고 모두 왕께 가서 여쭈되, “태자가 나라에서 싸움에 이기는 코끼리를 원수의 나라에 보시하였습니다.” 왕이 들으시고 잠자코 계시거늘, 신하가 또 여쭈기를, “지금 왕이 천하를 가지고 계심은 전혀 이 코끼리의 힘이니, 태자가 원수의 나라에 주시니, 나라를 잃으실까 생각되오니 어찌하겠습니까? 태자가 보시를 너무 하시어 나라의 창고가 나날이 비어 가니, 우리는 두려워하되 나라이며 자기의 처자식〈까지〉를 다 남에게 주실까 〈근심〉됩니다.” 왕이 들으시고 더욱 측은히 여기시고 한 신하를 불러 무르시되, “태자가 진실로 백상을 내어 원수의 나라에 주었느냐?” 대답하오되, “진실로 주시었습니다.” 왕이 들으시고 다시 놀라 평상에서 떨어지시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계시거늘, 찬물로 뿌려 오래되어서야 깨시니, 2만의 부인도 다 측은히 여겨 하더라.
Ⓒ 역자 | 김영배 / 2004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