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의 멸도 11]
波羅門이 닐오 내
녀나 주001) 거슬 디 아니야 이제 큰 祭 호리라 노니 王 머리
비지다 주002) 비지다: 빌고 싶습니다. 빌-[乞]++아+지(소망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다.
王이 듣고 너교 내
비르숨 주003) 업슨 적브터 죽사리 야 온 後로
간대로 주004) 이 모
배야 주005) 法 爲티 아니야 쇽졀업시 죽사리 야 내 精神
고다니 주006) 고다니: 괴롭게 하더니. 고-[勞]+더+오/우+니. ‘-더-’는 1인칭 주어와 호응하는 선어말어미 ‘-오/우-’와 결합하여 ‘-다-’로 교체됨.
이제 이 모
월인석보 20:35ㄱ
미 菩提 求호 爲야 衆生애
밋게 주007) 밋게: 미치게. 및-[及]. ‘및→밋’은 8종성표기법.
盟誓호니 이제 아니 주면 내 本來ㅅ 매
그르츠리로다 주008) 그르츠리로다: 그르치리로다. 그릋-[違]+으리+도/로+다. ‘-도-’는 기원적으로 서술격조사를 포함하고 있는 ‘-리-’ 뒤에서 ‘-로-’로 교체됨.
이 모로 布施 아니면
어드리 주009) 阿耨多羅三藐三菩提 일우료 야 닐오
됴다 주010) 져근덛 주011) 기드리라 나라 夫人 太子 맛디고 닐웨 디나면
나리라 주012) 고 宮中에 드러가 夫人려 닐오 天下애 恩惠와
과 주013) 과: 사랑과는. 사랑은. -[愛]+오/우+ㅁ+과+.
다 모로매
여희오 주014) 여희오: 여의고. 여희-[離]+고(대등적 연결어미). 연결어미 ‘-고’의 /ㄱ/이 하향이중모음의 음절부음 /j/ 뒤에서 약화하여 ‘ㅇ’으로 적힘. /ㄱ/이 약화된 ‘ㅇ’은 유성성문마찰음 [ɦ]을 표기한 것. 이 때의 ‘ㅇ’은 자음을 표기한 것이므로 연철되거나 모음동화지 않는다. ‘, 애, 에, 외’ 등이 단모음화하는 것은 근대국어 말기 이후이다.
사미 살면 주구미 잇고 이리 일면
야듀미 주015) 야듀미: 해어짐이. 무너짐이. 야디-[壞, 破]. 이 밖에 ‘여리다, 여디다, 여디다, 야디다’ 등의 모습으로 쓰인다. ‘-야’는 보조적 연결어미이고 ‘디-’는 보조동사임이 분명하나, 어근 ‘-’ 또는 ‘-’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디여’(월인석보 1:9)에서는 ‘디-’가 어근으로 보인다.
잇고
자거시 주016) 자거시: 문맥으로 보아 ‘만물, 여러 가지 생물’을 뜻하는 듯함.
보 냇다가 이우니라
Ⓒ 필자 | 세조(조선) / 1447년(세조 5)
[사리불의 멸도 11]
바라문이 이르기를, “내가 다른 것을 쓰지 아니하고, 이제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하니, 왕으로부터 〈그〉 머리를 빌고 싶습니다.” 왕이 듣고 여기기를, ‘내가 비롯함 없는 때부터(시작도 모르는 먼 옛날부터) 생사를 〈되풀이〉하여 온 후로, 함부로 이 몸을 망쳐 법을 위하지 아니하여 속절없이 생사를 되풀이하여 내 정신을 괴롭게 하였더니, 이제 이 몸이 보리 구함을 위하여 중생에 미치게 맹세하였으니, 지금 주지 아니하면 내 본래의 마음에 그르치리로다. 이 몸으로 보시를 아니하면 어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오?’ 하고 이르되, “매우 좋소. 잠깐 동안 기다리라. 나라를 부인과 태자에게 맡기고 이레 지나면 나아가리라.” 하고 궁중에 들어가 부인들더러 이르되, “천하에 은애와 사랑과는 다 모름지기 여의고, 사람이 살면 죽음이 있고, 일이 이루어지면 무너짐이 있고, 만물이 봄에 났다가 가을에 시드느니라.”
Ⓒ 역자 | 김영배 / 2004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