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 세조(조선) / 1447년(세조 5)
[원앙부인의 극락왕생 9]
왕이 〈왕생게를〉 들으시고 기뻐하시며 〈길을〉 가려 하실 때에 원앙부인이 왕께 다시 여쭈되, “내가 밴 아기, 아들 곧 나거든 이름을 무엇이라 하고, 딸 곧 나거든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어버이 갖추어 있을 때에 이름을 정하십시다.” 왕이 들으시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시되, “나는 〈전에 말을〉 들으니, 어버이를 갖추진 못한 자식은 어진 일을 배우지 못하므로 어버이의 이름을 더럽힌다고 하니, 〈태어〉나거든 땅에 묻어 버리도록 할 것입니다.” 부인이 여쭈되, “대왕이 말씀이야 옳으시건마는 제 뜻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들이거든 이름을 ‘효자’라 하고, 딸이거든 이름을 효양이라 하되, 어떠합니까?” 왕이 부인의 뜻을 가 엾게 여기시어 이르시되, “아들을 나거든 ‘안락국’이라 하고 딸 곧, 나거든 ‘효양’이라 하소서.” 말을 다 하시고 쓰러져 울며 여의시니, 왕이 비구와 더불으시어 임정사로 간즉 광유성인이 보시고 매우 기뻐하시며, 즉시 금으로 된 두레박 둘을 바쳐 찻물을 긷게 하시더니, 왕이 금 두레박을 나무의 두 끝에 매달아 메시고 물을 길으며 다니실 때에 왼손에 왕생게 〈쓴 것을〉 잡으시어 놓지 않고 외우시더라.
Ⓒ 역자 | 김영배 / 199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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