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모부인의 공덕행(마야부인이 석가를 낳게 된 전생 인연) 5]
그때 대왕이 굴 안에 들어와 보시고 기뻐하셔서 곧, 향탕에 목욕하게 하여【향탕은 향을 끓인 물이다.】 으뜸가는〈좋은〉 옷으로 꾸미게 하시고, 보배 영락으로 장엄하게 하시며, 큰 코끼리에 태우시고, 백천의〈많은〉 사람이 시위하여 정재하며【정재는 재주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니, 놀음놀이를 하여 남에게 보임을 정재라 하는 것이다.】 음악을 울리며 나라에 돌아오시니, 그 따님은 못 보던 많은 사람을 〈보고〉 무섭게 여기셨다.
그 아비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울며 바라보고 여기기를,
“내가 이 딸을 낳아 기르니 한 가지 일도 모르고 나를 여의어 가니, 내가 이곳에 있고 다른 곳에 옮지 아니하리니, 만일 내 딸이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다가 보지 못하면 시름하여 측은히 여길 것이다.”
하고, 오래 서서 바라 보았는데, 그 따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가도록 끝내 돌아보지 아니하셔서, 그 아비가 애달아 이르기를,
“축생이 낳은 것이므로 그러하구나 내가 어릴 때부터 길러 사람이 되고, 왕이 사랑하심이 되었거든 도리어 나를 버린다.”
하고, 굴에 들어가서 주술을 외워 그 딸을 두고 빌기를,
“왕이 너를 사랑하지 아니 하신다면 모르거니와 왕이 너를 예법으로 대접하실 것 같으면 모름지기 원이 이루어지지 말아라.”
하더니, 바라내왕이 대궐에 돌아오셔서 제일부인을 삼으시고, 이름을 녹모부인이라 하시니, 다른 작은 나라의 왕들이 다 와서 하례하였다.【하례는 기쁩니다 하고 예배하는 것이다.】 오래지 아니하여 〈녹모부인이〉 아기를 배시니, 왕은 손수 그 부인을 공양하시며 자리며 음식을 다 보드랍게 하셨는데, 열 달이 차거늘 〈왕이〉 바라시기를
“아들을 낳거든 나라의 왕위를 잇게 하고 싶다고 하셨다.”
달이 차서 산생하셨는데【산생은 아기를 낳는 것이다.】, 한 연꽃을 낳으시니, 〈이는〉 선인이 저주한 탓으로 〈아기가 연꽃으로 변한 바〉 왕이 노하여 말씀하시되,
“축생이 낳은 것이므로 그렇도다.”
하시고, 곧, 녹모부인의 벼슬을 빼앗으시고,
“그 연꽃을 버리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