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반죽 - 원씨가 대나무를 붙잡다
원씨는 장수현 사람이니, 박이항(朴以恒)의 아내다. 그 지아비를 따라 왜적을 피하였는데, 도적이 이르자 원씨가 두 딸을 거느리고, 대나무 사이에 숨었더니, 도적이 먼저 작은 딸을 잡아, 더럽히려 하얀 칼날을 휘두르며 협박하여도, 따르지 않고 또 큰 딸을 잡아 목을 베는 형상을 보여도, 어미와 딸이 서로 함께 나무에 의지하고 화를 내며 꾸짖기를 더욱 모질게 하니, 도적이 크게 노하여 끌어내어, 원씨가 한 손에 아이를 붙들고, 한 손으로 대나무를 붙잡아, 살이 피로 물들어도 굴하지 않자, 도적이 먼저 두 딸을 죽이고, 다음 원씨에게 이르니, 목숨이 이미 끝나도, 손에서 대나무를 놓지 않았다. 지금의 조정에서 정문을 세웠다.
Ⓒ 역자 | 이상규 / 2015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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