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후가구의(侯可求醫)【송나라】- 후가가 〈친구를 위하여〉 의원을 찾아다니다
후가(侯可)는 송(宋)나라 화주(華州) 사람이니, 화원(華原) 원(員)을 하였다. 어렸을 때 전안(田顔)과 사귀었는데, 전안이 병이 중하거늘 천리 〈밖〉에 가 의원을 구하였다. 〈후가가〉 미처 돌아오지 못하여서 전안이 죽어, 〈전안이〉 눈을 감지 아니하였다. 〈이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후가를 기다려 그러함이냐?” 하였다. 장차
(막)
염을 하려 할 때 후가가 이르러 손으로 어루만지니 〈전안이〉 눈을 감았다. 전안이 자식이 없어 장사를 치르지 못하거늘, 후가가 신근
(辛勤; 힘든 일을 맡아 애쓰며 부지런히 일함)
히 백 가지로
(온가지로)
경영
(經營; 궁리하여 일를 마련하여 나감)
하고, 옷을 팔아 역사(役事)를 도운 끝에 마침내 장사를 치렀다. 그때 날씨가 추운지라, 후가가 홑옷을 입고 있었는데, 〈후가에게〉 흰 금(金)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후가는〉 전안의 누이가 처녀로 있는 것을 알고 그 금을 〈전안의 누이에게〉 주어, 혼구
(婚具; 혼인 때에 쓰는 여러 가지 제구)
를 〈마련하는 데〉 도왔다. 하루는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니 집에서 군핍
(窘乏;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 군색하고 아쉬움)
함을 고(告)하였다. 〈그때〉 마침 벗 곽행(郭行)이 와 문을 두드려 말하기를, “내 아버지가 병들어 의원(醫員)을 청하니 〈의원이〉 돈을 많이 달라 하는데, 내가 집을 팔아도 모자라겠도다.” 하였다. 이에 후가가 불쌍히 여겨 행장
(行狀; 행리)
에 남은 것을 헤아리니, 거의 그 〈모자란〉 수
(數; 액수)
에 당
(當; 상당)
할
(미칠)
만하였다. 이에 〈그 돈을 친구에게〉 모두 주니, 관중(關中) 사람들이 모두 그 어짊을 칭송하였다.
곽행(郭行)에게 돈자루 풀어 돈 급히 돌려주니
전안(田顔) 누이에게 돈을 주어 다시 곤궁을 돌보아.
한마음 저버리지 않고 살아 있고 죽을 때까지 불변해
화원(華原)의 높은 의리는 저 하늘 보다 높고 또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