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범장사우(范張死友)【한나라】- 범식과 장소가 죽도록 벗으로 지내다
범식(范式)은 한(漢)나라 금향(金鄕) 사람이니, 자(字)는 거경(巨卿)이다. 어려서 태학(太學)에 다닐 때에 장원백
(張元伯; 장소(張劭))
과 사귀었다. 장원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때, 범식이 장원백에게 말하기를, “〈이후로〉 두 해 만에(지나서) 그대의 모친을 〈찾아〉가서 뵙겠다.” 하고 기약하였다. 〈기약한〉 그날이 가까워 오거늘, 장원백이 어머니에게 고하여, “음식을 준비하였으면 한다.”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하기를, “두 해 이별(離別)에 〈헤어져 있는 동안에〉 천리 밖에서 이른 말을 어찌 믿겠느냐?” 하였다. 장원백이 말하기를, “거경은 유신
(有信; 신의가 있음)
한 사람이라 반드시 〈약속을〉 어기지 아니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그러면 술을 빚겠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날에 과연 범거경(范巨卿)이 와 당
(堂; 마루)
에 올라 절하고 술을 먹었다. 후에 장원백이 병이 중하니 탄식하여 말하기를, “〈내가〉 범거경을 못 보아 한(恨)이로다.”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범식의 꿈에 장원백이 〈범식을〉 불러 말하기를, “거경아, 내가 아무 날 죽어 아무 날 장사하는데, 나를 잊지 아니하였거든 미쳐(제때에) 오라.” 하였다. 범식이 꿈에서 깨어 즉시 달려가니 벌써 발인(發靷)하여 묻을 땅(곳)에 갔으되, 관(棺)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이에〉 그 어머니가 관을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원백아, 무슨 기다림이(기다리는 바가) 있느냐?” 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흰 수레와 흰말을 타고 울며 오는 사람이 있거늘, 어머니가 말하기를, “이(이 사람은) 반드시 거경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과연 범거경이 와 상여를 두드리며 말하기를, “행(行)할지어다(가거라) 원백아! 사생
(死生; 죽음과 삶)
이 〈서로〉 길이 다르니 이로써 영결(永訣)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범식이 〈그런 뒤에〉 관을 당기니 관이 이에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 범식이 끝내
(끝까지)
머물러 있어
(지내면서)
무덤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뒤 갔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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