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극살쟁사(棘薩爭死)【남북조 송나라】 - 손극과 손살 형제가 죽기를 다투다
손극(孫棘)은 송(宋)나라 팽성(彭城) 사람이다. 어머니를 지극한 효도로 섬겼는데, 어머니가 임종 때 어린 아들을 손극에게 부탁하였다. 〈그 뒤〉 나라에서 군정(軍丁)을 조발
(調發; 군사로 쓸 사람을 강제로 뽑아 모음)
할 때, 그 아우가 군정에 뽑혀 가다가 기약
(期約; 정해진 기한)
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는〉 죽을 죄
(죄에 해당하는 것이)
라, 손극이 관가(官家)에 나아가 고하되, “내가 가장이 되어 아우로 하여금 〈기약된 날짜에〉 미쳐
(제대로 맞춰)
가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는 백 번 죽어 마땅한지라, 청컨대 내 몸으로 아우를 대신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아우가 또한 죄를 자청(自請)하였다. 〈이에〉 태수(太守)가 〈두 사람의 말이〉 진실되지 않은가 의심하여, 형제를 각각 〈따로〉 두고, 말하기를, “네 원(願)대로 하겠다.”라고 하니, 〈두 사람〉 모두 기뻐하는 〈얼굴〉 빛이 있고 죽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때〉 손극의 아내 허씨(許氏)가 또한 손극에게 〈편지로〉 말을 전하여 말하기를, “그대가 문호
(門戶; 집안)
를 책임지고 있으니 어찌 어린 아우에게 죄를 미루리오. 또 시부모가 소랑
(小郞; 어린 남자아이)
을 그대에게 맡겼거늘 〈그 아이가〉 끝내 혼인도 못했으니, 그대는 이미 두 자식이 있으니 죽은들 무엇을 한(恨)하리오.” 하였다. 태수가 듣고 나라에 주문
(奏聞; 임금께 아륌)
하니, 천자(天子)가 조서를 내려 특별히 죄를 사(赦)하시고 모두에게 비단을 주신 뒤, 고을로 〈형제를〉 불러 쓰라 하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