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오륜행실도 4집

  • 역주 오륜행실도 제4권
  • 오륜행실 형제도
  • 오륜행실형제도(五倫行實兄弟圖)
  • 급수동사(伋壽同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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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동사(伋壽同死)


오륜행실도 4:1ㄱ

伋壽同死列國 衛 주001)
열국 위(列國衛):
『이륜행실도』(이하 『이륜』)(1ㄱ)에는 ‘주(周)’로 되어 있음.

오륜행실도 4:1ㄴ

衛 公子壽者 宣公之子 太子伋之異母弟 公子朔之同母兄也 其母與朔謀 欲殺伋 주002)
욕살급(欲殺伋):
『이륜』(1ㄴ)에는, ‘欲殺伋而立壽 使人與伋 乘舟於河中 將沈而殺之 壽知不能此 因與之同舟 舟人不得殺’로 되어 있음.
共讒於公 公令伋之齊 使賊先待於隘而殺之 壽知之以告伋使去之 伋不可曰 棄父之命 惡用子矣 有無父之國則可也 及行 壽飮以酒 載其㫌而先往 賊殺之 주003)
영급지제(令伋之第)~적살지(賊殺之):
『이륜』(1ㄴ)에는, ‘又使伋之濟 將使盜 見載㫌 要而殺之 壽上伋 伋曰其父之命 非道也 不可 壽又與之偕行 其母不能止 乃戒之曰壽 無爲前也 壽又竊伋㫌以先行 盜見而殺之’로 되어 있음.
伋至曰 君命殺我 壽有何罪 賊又殺之 주004)
급지왈 군명살아 수유하죄 적우살지(伋至曰 君命殺我 壽有何罪 賊又殺之):
『이륜』(1ㄴ)에는, ‘伋至 痛壽代己之死 涕泣悲哀 載其屍 環至境而自殺’로 되어 있음.
國人傷之 作二子乘舟之詩 주005)
국인상지 작이자승주지시(國人傷之作二子乘舟之詩):
『이륜』에는 없음.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여 ‘이자승주(二子乘舟)’라 하는 글을 지었다.
泛泛河舟同濟日 迢迢齊路竊旌時 自逢嚚傲鴒原 주006)
영원(鴒原):
형제가 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당하여 서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시경(詩經)』 소아(小雅), ‘할미새가 언덕에 날 때 형제끼리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한다.[脊令在原 兄弟急難]’에서 기원한 말로, 이곳의 ‘령(鴒)’은 ‘척령(鶺鴒)’(『시경』의 표현으로는 ‘척령(脊令)’임)을 이른다.
急 一去那堪見兩屍
人倫遭變力難禁 爭死悲懷兩不任 爲寫新編垂萬代 凜然天下弟兄心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오륜행실도 4:2ㄱ

위나라 공 슈 션공의 아이오 태 급의 다른 어미게 나흔 주007)
다른 어미게 나흔: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복(異腹)의. 『이륜(초)』에는 ‘어미 다’(1ㄱ), 『이륜(중・영)』에는 ‘다 어믜게 난’(1ㄱ)으로 언해되었다. 특히 『이륜(초)』의 언해를 감안할 때, 이 부분은 삽입구로 해석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태 급의 다 어미게 나흔 아이오」에서 ‘태 급’을 ‘낳-’의 주어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아래의 주석 2) 참조). 곧 공자인 ‘수’는 태자 ‘급’의 어머니가 난 아들이 아니고 공자 ‘삭’의 어머니가 난 아들로 ‘수’와 ‘삭’은 친형제라는 것이다. 「태 급의」에 보이는 ‘-의’는 이른바 주어적 속격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태 급의 아이오’라는 관형 구성에 참여한 단순한 속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오 공 삭의  어미의게 나흔 주008)
 어미의게 나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복(同腹)의. 『이륜(초)』, 『이륜(중・영)』에는 ‘ 어믜게 난’으로 언해되었다. 『이륜』류에서 한결같이 ‘나-’를 이용하여 언해한 것을 볼 때 『오륜』에서 ‘낳-’을 이용하여 언해한 것은 착오일 가능성이 있다. 중세어 이래 ‘나-’는 “출(出)”의 의미 외에 『훈몽자회』(1527)의 ‘生 날 ’(상:17ㄴ)에서 보듯이 “생(生)”의 의미로도 함께 쓰였다. 『왜어류해』(1700?)에 보이는 ‘生 날  産 나흘 산’(41ㄴ)의 예를 감안할 때 (“생(生)”의 의미를 매개로) 어간 ‘나-’ 대신 동의의 어간 ‘낳-’을 사용한 것이 『오륜』의 언해가 아닌가 한다. 한편 『이륜』류에 비추어 ‘어미의게’의 표기도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륜』류의 ‘어믜게’서 보듯이 중세어에서 어간 말음으로 /ㅣ/를 갖는 체언은 속격 ‘-의’나 여격 ‘-의게’ 앞에서 말음 /ㅣ/가 탈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서는 (앞서 ‘어미게’의 예를 포함하여) 말음 /ㅣ/가 탈락하지 않은 표기를 보여 주는데, 현대어와 같이 속격형이나 여격형에서 어간 말음 /ㅣ/가 유지되기 시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형이라 슈의 어미 삭으로 더브러 여 급을 죽이려 여 가지로 주009)
가지로:
함께. ‘가지’는 ‘[一]#가지[種]’의 통사 구성에 소급할 어형이나 이미 중세어부터 “동(同)”이나 “공(共)”의 뜻으로 어휘화된 용례가 빈번히 등장한다. 여기서는 “공(共: 함께)”의 의미로 쓰였는데, 중세어에서 “동(同)”의 의미는 ‘가짓, 가지로, 가지(이)-’ 등 다양한 어형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공(共)”의 의미는 ‘가지로’에서만 확인된다. 『신증유합』(1576)에 등장하는 ‘同 가지 동’(하:49ㄱ), ‘共 가지로 공’(하:61ㄴ)의 훈(訓)이 참고된다.
션공의게 참소니 공이 급으로 여곰 졔나라 신 가라 고 도적을 즈레 주010)
즈레:
미리. 앞질러. ‘즈르[徑]-’와 관련될 어형이나 형태 분석이 확실치 않다. 중세어에서 ‘즈르[徑]-’의 부동사형은 일반적으로 ‘즐어’로 나타났다. ¶과 말괘 고면 道애 어루 즐어 나가리라[心言之直則 道애 可徑造矣리라]〈능엄경언해 1:44ㄴ〉. 이 ‘즐어’는 근대어에 들어 ‘ㄹㅇ’의 변화에 따라 ‘즐러’나 ‘즈러’로 나타나는데 특이하게 『역어유해』(1690)에서만큼은 ‘起復거상 즐에 벗기다’(상:42ㄴ)의 예에서 보듯이 ‘즐에’로 나타났다. 이곳의 ‘즈레’는 바로 ‘즐에’의 변화형으로서, 이것이 치음 아래 ‘ㅡ〉ㅣ’의 변화를 겪은 것이 바로 현대어의 ‘지레’라 할 수 있다. ‘즈레’는 ‘즈르-+-에’로 분석될 수도 있으나 여기서 상정하는 부사화 접미사 ‘-에’가 ‘이대’(←읻[善]-), ‘고대’(←곧[直]-) 등 극소수 예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보내여 죽이라 니  알고 급의게 고여 라나라 대 급이 듯디 아니여 오 아븨 명을 리면 엇디 식이라 리오 고 쟝   술로 급을 먹여 케 고 급의 긔 만이 아사 몬져 가니 도적이 긔 보고 급인가 여

오륜행실도 4:2ㄴ

죽이거 급이 니러 오 님군이 날을 죽이라 시니  무 주011)
무:
무슨. 『오륜』의 다른 곳에는 ‘므’(1:19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중세어의 ‘므슴’에 소급할 어형으로, 근대어에 들어 ‘므’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18세기 문헌부터는 (『오륜』이 그러하듯이) ‘므’을 압도하며 등장한다. 중세어에서 ‘므슴’은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관형적 용법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므슴#-’를 비롯)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명사 내지 부사적 용법을 보이기도 하였다. ¶네 뎌를 자 므슴다〈번역노걸대 하:1ㄱ〉. ¶信을 因야 이 간 노니 나닐 므슴 펴리오[因信야 略此노니 餘更何申이리오]〈선종영가집언해 하:128ㄱ〉. 그러나 『오륜』에서 ‘무’(‘므’을 포함하여)은 ‘무 NP’의 구성으로만 등장하고, 중세어의 ‘므슴#-’에 대응될 구성은 반드시 ‘무엇#-’로 나타나, 이미 『오륜』에서는 (현대어의 ‘무슨’과 마찬가지로) ‘무’이 관형사로 굳어진 양상을 보인다. 현대어에는 ‘무’을 대신하여 ‘무슨’이 정착한 셈이나 이를 ‘무〉무슨’의 직접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어말 ‘ㅁ〉ㄴ’의 변화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이전에 ‘므슨’의 형태가 17세기 문헌부터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므슨 조뢴 일오〈권념요록(1637) 1ㄴ〉), 현대어의 ‘무슨’은 ‘므스’의 속격형 ‘므슷’으로부터 ‘므슷〉므슨〉무슨’의 변화를 거친 어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죄 이시리오 대 도적이  죽이니 나라 사이 슬허 여 주012)
슬허 여:
슬퍼하여. 『이륜(초)』, 『이륜(중)』에는 ‘슬허’로 등장하여, 이곳의 ‘슬허 -’가 ‘슳-’과 대등한 의미로 쓰였음을 말해 준다. 중세어에서 ‘-, 두리-, 므-, 즐기-’ 등과 같은 심리 동사는 자체나 ‘-어 -’ 구성에 참여한 형태로 ‘NP1(경험주)-이 NP2(대상)-를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심리 동사에서 파생된) 심리 형용사 ‘깃브-, 두립-, 므엽-, 즐겁-’ 등은 ‘NP1(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고 ‘-어 -’와 구성에 참여하는 일이 없어 ‘*깃버 -, *두리워 -, *므여워 -, *즐거워 -’와 같은 구성은 중세 문헌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셟[苦]-, 슬[厭]-’와 같은 경우는 심리 동사와 심리 형용사 양쪽의 용법을 모두 지녔는데, 이들의 예외적 용법이 점차 다른 심리 형용사에도 파급되면서 (종래의) 심리 형용사는 ‘NP1(경험주)-이 NP2(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가 하면 ‘-어 -’ 구성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슳-’에서 파생된 ‘슬프-’(←‘슳-+-브-’)가 ‘-어 -’ 구성에 참여하여 ‘슬퍼-’로 나타나는 것도 『동신속』(1617)을 위시하여 근대 문헌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열둘에 아븨 상 만나 슬퍼 기 너모 야〈동신속(1617) 7:74ㄴ〉.
이승쥬【두 사이  고 가단 말이라 주013)
두 사이  타고 가단 말이라:
‘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라는 말이다. ‘-단’은 중세어라면 ‘-닷’과 같이 속겨 ‘-ㅅ’이 개입한 관형 구성으로 소급할 형식이다. 중세어에서 속격 ‘-ㅅ’은 ‘-닷 마리라’의 예와 같이 ‘-다’로 종결되는 문장 뒤에 통합하여 후행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닷’은 ‘-다 {논/홀}’과 같은 관형 구성과 의미상 대등한 가치를 지녔다. ‘-닷’은 16세기 이후에는 ‘-단’으로 변화한 형태가 등장하는데, 이 ‘-단’이 근대어에 들어 ‘-다 ’ 구성의 ‘’ 생략형과 혼동되면서 언중에게는 ‘-다’과 동일한 가치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현대어에서 ‘-단’을 “‘-다는’의 준말” 또는 “‘-다고 한’이 줄어든 말”(『표준』)로 처리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라  글을 지으니라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1. 급수동사(伋壽同死)【열국 위나라】- 급과 수 형제가 함께 죽다
위(衛)나라 공자(公子) 수(壽)선공(宣公)의 아들이다. 태자(太子) 급(伋)의 다른 어머니에게서 난 아우이고, 공자 삭(朔)의, 한 어미에게서 난 형이다. 의 어머니가 과 더불어 〈꾀하여〉 을 죽이려 하여 함께 선공에게 참소하였다. 〈그러자〉 으로 하여금 제(齊)나라에 사신(使臣)을 가게 하고 도적을 미리 보내 〈급을〉 죽이게 하였다. 가 〈이를〉 알고 에게 알려 달아나게 하니, 이 듣지 아니하고 말하기를,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면 어찌 자식이라 하리요?” 하였다. 장차 〈급히〉 길을 떠나려 할 때, 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고 의 기(旗)를 몰래 훔쳐 먼저 〈제나라로〉 가니 도적이 를 보고 인가 하여 〈를〉 죽였다. 〈그 후〉 이 이르러 말하기를, “임금이 나를 죽이게 하였으니 가 무슨 죄 있으리요.” 하자, 도적이 또 〈급을〉 죽였다. 〈이에〉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여 ‘이자승주(二子乘舟)’【‘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라는 말이다.】라 하는 글을 지었다.
두둥실 떠가는 황하의 배 함께 타고 건너는 날
멀고 먼 제나라로 가는 길 깃대를 훔쳐 갈 때.
스스로 송사를 맞게 되어 형제 사정이 급하여
한번 가서 어찌 하면 두 시신을 볼 수 있으랴.
인륜 사이에 변을 만나면 힘으로 막기 어려워
죽음을 다투니 슬픔과 회심은 어찌 할 수 없어.
새로이 역사를 엮어 만대(萬代)에 드리우거니
의젓하여라 천하의 아우와 형의 사랑의 마음은.
Ⓒ 역자 | 이광호 / 2016년 11월 일

〈이륜행실언해문〉
윗나랏  슈 션공의 아리니 태 급비 어미 다 아오  삭긔  어믜게 난 이라  삭기 어미와 모여 태 그블 주기오  슈 셰유려 여 사름 여 태 급과  타 가다가 믈레 녀흐라 거   말이디 몯여 조차 그  타 가니 몯 주기니라  졧나라해 태 급블 보내오 도 여 길헤 가 태의 긔 가거든 보고 주기라 대    조차 가다가 태 그븨 긔 아 알 셰오 가거 도기 태라 너겨 주기니라 태 급비 뒤헤 미처 가 보고 제 모긔 주근 주를 슬허 셜워 울우 주검믈 시러 디에 도라와 저도 손 주그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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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열국 위(列國衛):『이륜행실도』(이하 『이륜』)(1ㄱ)에는 ‘주(周)’로 되어 있음.
주002)
욕살급(欲殺伋):『이륜』(1ㄴ)에는, ‘欲殺伋而立壽 使人與伋 乘舟於河中 將沈而殺之 壽知不能此 因與之同舟 舟人不得殺’로 되어 있음.
주003)
영급지제(令伋之第)~적살지(賊殺之):『이륜』(1ㄴ)에는, ‘又使伋之濟 將使盜 見載㫌 要而殺之 壽上伋 伋曰其父之命 非道也 不可 壽又與之偕行 其母不能止 乃戒之曰壽 無爲前也 壽又竊伋㫌以先行 盜見而殺之’로 되어 있음.
주004)
급지왈 군명살아 수유하죄 적우살지(伋至曰 君命殺我 壽有何罪 賊又殺之):『이륜』(1ㄴ)에는, ‘伋至 痛壽代己之死 涕泣悲哀 載其屍 環至境而自殺’로 되어 있음.
주005)
국인상지 작이자승주지시(國人傷之作二子乘舟之詩):『이륜』에는 없음.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여 ‘이자승주(二子乘舟)’라 하는 글을 지었다.
주006)
영원(鴒原):형제가 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당하여 서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시경(詩經)』 소아(小雅), ‘할미새가 언덕에 날 때 형제끼리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한다.[脊令在原 兄弟急難]’에서 기원한 말로, 이곳의 ‘령(鴒)’은 ‘척령(鶺鴒)’(『시경』의 표현으로는 ‘척령(脊令)’임)을 이른다.
주007)
다른 어미게 나흔: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복(異腹)의. 『이륜(초)』에는 ‘어미 다’(1ㄱ), 『이륜(중・영)』에는 ‘다 어믜게 난’(1ㄱ)으로 언해되었다. 특히 『이륜(초)』의 언해를 감안할 때, 이 부분은 삽입구로 해석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태 급의 다 어미게 나흔 아이오」에서 ‘태 급’을 ‘낳-’의 주어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아래의 주석 2) 참조). 곧 공자인 ‘수’는 태자 ‘급’의 어머니가 난 아들이 아니고 공자 ‘삭’의 어머니가 난 아들로 ‘수’와 ‘삭’은 친형제라는 것이다. 「태 급의」에 보이는 ‘-의’는 이른바 주어적 속격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태 급의 아이오’라는 관형 구성에 참여한 단순한 속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008)
 어미의게 나흔: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복(同腹)의. 『이륜(초)』, 『이륜(중・영)』에는 ‘ 어믜게 난’으로 언해되었다. 『이륜』류에서 한결같이 ‘나-’를 이용하여 언해한 것을 볼 때 『오륜』에서 ‘낳-’을 이용하여 언해한 것은 착오일 가능성이 있다. 중세어 이래 ‘나-’는 “출(出)”의 의미 외에 『훈몽자회』(1527)의 ‘生 날 ’(상:17ㄴ)에서 보듯이 “생(生)”의 의미로도 함께 쓰였다. 『왜어류해』(1700?)에 보이는 ‘生 날  産 나흘 산’(41ㄴ)의 예를 감안할 때 (“생(生)”의 의미를 매개로) 어간 ‘나-’ 대신 동의의 어간 ‘낳-’을 사용한 것이 『오륜』의 언해가 아닌가 한다. 한편 『이륜』류에 비추어 ‘어미의게’의 표기도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륜』류의 ‘어믜게’서 보듯이 중세어에서 어간 말음으로 /ㅣ/를 갖는 체언은 속격 ‘-의’나 여격 ‘-의게’ 앞에서 말음 /ㅣ/가 탈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서는 (앞서 ‘어미게’의 예를 포함하여) 말음 /ㅣ/가 탈락하지 않은 표기를 보여 주는데, 현대어와 같이 속격형이나 여격형에서 어간 말음 /ㅣ/가 유지되기 시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주009)
가지로:함께. ‘가지’는 ‘[一]#가지[種]’의 통사 구성에 소급할 어형이나 이미 중세어부터 “동(同)”이나 “공(共)”의 뜻으로 어휘화된 용례가 빈번히 등장한다. 여기서는 “공(共: 함께)”의 의미로 쓰였는데, 중세어에서 “동(同)”의 의미는 ‘가짓, 가지로, 가지(이)-’ 등 다양한 어형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공(共)”의 의미는 ‘가지로’에서만 확인된다. 『신증유합』(1576)에 등장하는 ‘同 가지 동’(하:49ㄱ), ‘共 가지로 공’(하:61ㄴ)의 훈(訓)이 참고된다.
주010)
즈레:미리. 앞질러. ‘즈르[徑]-’와 관련될 어형이나 형태 분석이 확실치 않다. 중세어에서 ‘즈르[徑]-’의 부동사형은 일반적으로 ‘즐어’로 나타났다. ¶과 말괘 고면 道애 어루 즐어 나가리라[心言之直則 道애 可徑造矣리라]〈능엄경언해 1:44ㄴ〉. 이 ‘즐어’는 근대어에 들어 ‘ㄹㅇ’의 변화에 따라 ‘즐러’나 ‘즈러’로 나타나는데 특이하게 『역어유해』(1690)에서만큼은 ‘起復거상 즐에 벗기다’(상:42ㄴ)의 예에서 보듯이 ‘즐에’로 나타났다. 이곳의 ‘즈레’는 바로 ‘즐에’의 변화형으로서, 이것이 치음 아래 ‘ㅡ〉ㅣ’의 변화를 겪은 것이 바로 현대어의 ‘지레’라 할 수 있다. ‘즈레’는 ‘즈르-+-에’로 분석될 수도 있으나 여기서 상정하는 부사화 접미사 ‘-에’가 ‘이대’(←읻[善]-), ‘고대’(←곧[直]-) 등 극소수 예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주011)
무:무슨. 『오륜』의 다른 곳에는 ‘므’(1:19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중세어의 ‘므슴’에 소급할 어형으로, 근대어에 들어 ‘므’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18세기 문헌부터는 (『오륜』이 그러하듯이) ‘므’을 압도하며 등장한다. 중세어에서 ‘므슴’은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관형적 용법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므슴#-’를 비롯)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명사 내지 부사적 용법을 보이기도 하였다. ¶네 뎌를 자 므슴다〈번역노걸대 하:1ㄱ〉. ¶信을 因야 이 간 노니 나닐 므슴 펴리오[因信야 略此노니 餘更何申이리오]〈선종영가집언해 하:128ㄱ〉. 그러나 『오륜』에서 ‘무’(‘므’을 포함하여)은 ‘무 NP’의 구성으로만 등장하고, 중세어의 ‘므슴#-’에 대응될 구성은 반드시 ‘무엇#-’로 나타나, 이미 『오륜』에서는 (현대어의 ‘무슨’과 마찬가지로) ‘무’이 관형사로 굳어진 양상을 보인다. 현대어에는 ‘무’을 대신하여 ‘무슨’이 정착한 셈이나 이를 ‘무〉무슨’의 직접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어말 ‘ㅁ〉ㄴ’의 변화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이전에 ‘므슨’의 형태가 17세기 문헌부터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므슨 조뢴 일오〈권념요록(1637) 1ㄴ〉), 현대어의 ‘무슨’은 ‘므스’의 속격형 ‘므슷’으로부터 ‘므슷〉므슨〉무슨’의 변화를 거친 어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012)
슬허 여:슬퍼하여. 『이륜(초)』, 『이륜(중)』에는 ‘슬허’로 등장하여, 이곳의 ‘슬허 -’가 ‘슳-’과 대등한 의미로 쓰였음을 말해 준다. 중세어에서 ‘-, 두리-, 므-, 즐기-’ 등과 같은 심리 동사는 자체나 ‘-어 -’ 구성에 참여한 형태로 ‘NP1(경험주)-이 NP2(대상)-를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심리 동사에서 파생된) 심리 형용사 ‘깃브-, 두립-, 므엽-, 즐겁-’ 등은 ‘NP1(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고 ‘-어 -’와 구성에 참여하는 일이 없어 ‘*깃버 -, *두리워 -, *므여워 -, *즐거워 -’와 같은 구성은 중세 문헌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셟[苦]-, 슬[厭]-’와 같은 경우는 심리 동사와 심리 형용사 양쪽의 용법을 모두 지녔는데, 이들의 예외적 용법이 점차 다른 심리 형용사에도 파급되면서 (종래의) 심리 형용사는 ‘NP1(경험주)-이 NP2(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가 하면 ‘-어 -’ 구성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슳-’에서 파생된 ‘슬프-’(←‘슳-+-브-’)가 ‘-어 -’ 구성에 참여하여 ‘슬퍼-’로 나타나는 것도 『동신속』(1617)을 위시하여 근대 문헌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열둘에 아븨 상 만나 슬퍼 기 너모 야〈동신속(1617) 7:74ㄴ〉.
주013)
두 사이  타고 가단 말이라:‘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라는 말이다. ‘-단’은 중세어라면 ‘-닷’과 같이 속겨 ‘-ㅅ’이 개입한 관형 구성으로 소급할 형식이다. 중세어에서 속격 ‘-ㅅ’은 ‘-닷 마리라’의 예와 같이 ‘-다’로 종결되는 문장 뒤에 통합하여 후행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닷’은 ‘-다 {논/홀}’과 같은 관형 구성과 의미상 대등한 가치를 지녔다. ‘-닷’은 16세기 이후에는 ‘-단’으로 변화한 형태가 등장하는데, 이 ‘-단’이 근대어에 들어 ‘-다 ’ 구성의 ‘’ 생략형과 혼동되면서 언중에게는 ‘-다’과 동일한 가치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현대어에서 ‘-단’을 “‘-다는’의 준말” 또는 “‘-다고 한’이 줄어든 말”(『표준』)로 처리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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