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행실도 3:61ㄱ
彌妻偕逃 주001) 미처해도(彌妻偕逃): 도미와 아내가 함께 도망가다. 『오륜행실도』 열녀편 35편 중 우리나라 이야기는 6편이다. 그 중 이 이야기부터가 우리나라 문헌을 참고한 것인데, 도미 부인의 이야기는 『삼국사기』 제48권 열전 제8에 기록되어 전한다. 다만 『삼강행실도』에서는 제목이 ‘미처담초(彌妻啖草)’라 하였으니 『오륜행실도』에서 조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해석하면 ‘도미와 아내가 풀(뿌리)을 캐 먹다’이다. 여섯 편의 우리나라 열녀 이야기와 그 출처는 다음과 같다.
| 삼강행실도(한문본) 열녀도 | 삼강행실도(언해본) 열녀도 | 오륜행실도 열녀도 | 고열녀전 | 고금열녀전 | 청대 열녀전 | 전체 110편 | 35편 | 35편 | 124편 | 159편 | 309편 |
한문본과 겹치는 부분 | 35편 | 35편 | 16편 | 50편 | 42편 |
【百濟】오륜행실도 3:61ㄴ
都彌 주002) 도미(都彌): 백제인으로 한성 부근 벽촌에 살던 평민.
妻 美麗亦有節行
蓋婁王 주003) 개루왕(蓋婁王): 백제의 제4대 임금(재위126~166). 성은 부여(夫餘)이며, 백제의 제3대 임금인 기루왕(己婁王)의 맏아들로 태어남. 아버지 기루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음. 개루왕 5년에 북한산성을 쌓았음.
聞之 語都彌曰 婦人雖貞 在幽昏無 人之處誘以巧言 則不動心者鮮矣 都彌曰 若臣妻 雖死無貳 王欲試之 留都彌以事 使一近臣 假王衣服 馬從夜抵其家 謂其婦曰 我聞爾好 與都彌博得之 來日入爾爲宮人 遂將亂之 婦曰 王無妄語 吾敢不順 請大王先入室 吾更衣乃進 退而飾一婢薦之 王後知見欺 怒甚 誣都彌以罪 曤其
兩眸子 주004) 置小船泛之河上 遂引其婦 强欲淫之 婦曰 今良人已失 獨身不能自持 况爲王御 豈敢相違 今有所避 請
俟 주005) 他日 王信而許之
婦便逃至江口 주006) 부변도지강구(婦便逃至江口): 내용 중의 “부인이 도망하여 강구에 이르렀다”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 ‘강구(江口)’는 경기 하남의 팔당댐의 나루이다. 댐 근처의 배알미리(拜謁尾里)라는 강변 마을이 있고, 그 곁에 도미진(都彌津)이란 나루터가 있음.
不能
오륜행실도 3:62ㄱ
渡 呼天慟哭 忽見孤舟隨波而至 乘到
泉城島 주007) 천성도(泉城島): 천성도가 어느 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음.
遇其夫未死 掘啖草根 遂與同至高勾麗 終於覉旅
敢曤雙眸放大河 國君威柄奈如何 我儀我特眞天合 縱備宮人矢靡他
詭言逃走出重闉 泣涕漣洏傍水濱 天地神明皆佑助 泉城島上見良人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도미 뎨 나라 사이니
안 얼골이 아답고 주008) 안 얼골이 아답고: 아내의 얼굴이 아름답고. 이 문장의 ‘안’와 ‘얼골’과 ‘아답다’는 15세기 문헌 『삼강행실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말이다. 이들을 『삼강행실도』에서는 각각 ‘겨집’, ‘양자(樣子)’, ‘곱다’라는 말로 언해하였다. ‘안’가 나타난 것은 『소학언해』(1586)의 ‘안해’(6:55)와 『역어유해』(1690)의 ‘안’(상:30)에서 보이기 시작하였고, ‘얼굴/얼골’은 15세기부터 이미 보이지만 그 뜻이 ‘모습[身], 틀, 모양’으로 쓰였는데 ‘얼굴[顔]’의 뜻으로 쓰인 것은 후대의 일이다. ‘아답다’는 15세기 『석보상절』과 『월인석보』에서부터 ‘아다’의 형태로 이미 나타나지만 자주 쓰이지는 않았다. ¶美 아다 씨니 륫 좃 中에 잘 씨라〈석보상절 13:9〉.
졀이 잇더니 주009) 졀이 잇더니: 절행(節行)이 있더니. ‘절행’은 절개를 지키는 행실이다.
뎨왕이 듯고 도미려 닐러 오 부인이 비록 뎡졀이 이시나 그윽고 사 업 곳에셔 됴흔 말로 다래면
을 동티 아오륜행실도 3:62ㄴ
니리 업니라 주010) 을 동티 아니리 업니라: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도미 오 신의 쳐 거니
비록 죽어도 변티 아니리이다 주011) 비록 죽어도 변티 아니리이다: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비록’은 『삼강행실도』에서 ‘현마’라고 했던 말이다. ‘현마’란 ‘비록, 아무리, 차마, 설마’의 뜻으로 두루 쓰던 말이다.
왕이 시험고져 여 도미 머므러 두고 신하로 여곰 왕의 오 닙히고 왕의 을 고 밤에 그 집의 가 도미의 쳐려 닐오 내 네 고으믈 듯고 도미로 더브러
댱긔 두어 나기여 너 어더시니 주012) 댱긔 두어 나기여 너 어더시니: 장기를 두어 내기하여 너를 얻었으니. 원문 ‘박득지(博得之)’의 ‘박(博)’은 ‘내기하다’의 뜻으로 쓰였다. 본디 ‘박혁(博奕)’은 ‘장기와 바둑, 또는 쌍륙과 바둑’이란 말인데, 쌍륙은 주사위로 놀이하는 것이다. 『삼강행실도』에서는 ‘雙六야 더노니’(쌍륙하여 내기하니)라고 하였다. ‘더노니’는 ‘던-[賭]+-오니(연결어미)’로서 ‘던다/더느다’(내기하다, 도박하다)가 기본형이다.
일 너 드려 궁인을 삼으리라 고 드여 겁박려 니 쳬 오 왕은 망녕된 말이 업니 내 엇디 슌죵디 아니리오 쳥컨대 왕은 몬져 방에 드르쇼셔 내 오 라 닙고 오리이다 고 밧그로
오륜행실도 3:63ㄱ
나가 죵 나흘 며 드려 보내니 왕이 후에 속은 줄 알고 노여
도미의 죄 얽어 두 눈을 히고 주013) 도미의 죄 얽어 두 눈을 히고: 도미에게 죄를 얽어 두 눈을 빼내고. ‘얽다’는 이리저리 관계가 있도록 꾸미는 행위다.
에 시러 믈의 이고 그 쳐 잡아다가 겁박려 니 쳬 오 이제 지아비 일허시니 능히 홀로 잇디 못디라 믈며 왕을 뫼시믈 엇디 거리리오 오은 연괴 이시니 다 날을 기리쇼셔 왕이 밋고 허락거 만이 도망여 믈에 가 능히 건너디 못니
하을 브며 통곡더니 주014) 하을 브며 통곡더니: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더니. 원문 ‘호천(呼天)’은 ‘하늘을 향해 우러르며 부르짖다’라는 말이니 원통함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하’은 ㅎ종성체언 ‘하ㅎ’인데 ㅎ이 탈락하였다.
홀연이 주015) 외로온 믈결을 와 니거 그 고 쳔셩도라 셤에 다라 지아
오륜행실도 3:63ㄴ
비 만나니 죽디 아니디라
풀불 여 먹다가 주016) 풀불 여 먹다가: 풀뿌리를 캐어 먹다가. ‘불’는 15세기 『용비어천가』에서 ‘불휘’로부터 변천하여 ‘불회/휘, 휘/희, 불희/불, 리’ 따위로 변하였고 현대말에서 ‘뿌리’로 정착하였다.
가지로 고구려 나라 드러가 죵신하니라 주017) 가지로 고구려 나라 드러가 죵신하니라: 함께 고구려 나라에 들어가서 종신(終身)하였다. ‘나라ㅎ’는 ㅎ종성체언인데 아직 ㅎ이 살아 있다.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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