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행실도 3:53ㄱ
惠士玄 주001) 혜사현(惠士玄): 본문 왕씨의 남편이나 행적을 잘 알 수 없음. 아내 왕씨는 남편의 똥 맛을 보아 병의 정도를 알아내고자 함. 이렇게 똥으로 병의 정도를 알아내는 이야기는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여러 가지 형태의 설화로 전하고 있다.
妻王氏
大都 주002) 人 士玄
病革 주003) 병혁(病革): 병이 중하고 깊음. ‘혁(革)’은 매우 급하다는 뜻. 『삼강행실도』에서는 ‘도옛거늘’(되었거늘)로 언해하여 중병임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王曰 吾聞病者糞苦則愈 乃嘗其糞頗甘 王色愈憂 士玄囑王曰 我病必不起 前妾所生子 汝善保護之 待此子稍長 卽從汝自嫁矣 王泣曰 君何爲出此言邪 設有不諱 妾義當死 尙復有他說乎 君幸有兄嫂 此兒必不失所 居數日士玄卒 王居墓側 蓬首垢面 哀毁
逾禮 주004) 유예(逾禮): 일상적인 예를 초월하여 지성을 다함의 의미.
常以妾子置左右 飮食寒煖 惟恐不至 歲餘妾子亦死 乃哭曰 無復望矣 屢引刀自殺 家人驚救得免 至終喪 親舊皆携酒禮祭士玄于墓 祭畢 衆欲行酒 王已
經死 주005) 於樹矣
오륜행실도 3:53ㄴ
病勢
纏緜 주006) 전면(纏緜): 실이 얽히고설킨 모양. 여기서는 병이 심하여 낫기가 어렵다는 의미.
已向深 糞甜憂思更欽欽 延生閱歲無他意 不負良人囑子心
夫死
廬墳 주007) 여분(廬墳): 죽은 자의 무덤가에 지은 초막.
正致哀 遺孤亦逝已焉哉 終喪便爾自經死
親舊無由行酒 주008) 盃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원나라 혜현의 쳐 왕시 대도 사이니 현이 병이 듕거 왕시 오 내 드니 병든 사의
이 면 낫다 고 주009) 이 면 낫다 고: 똥이 쓰면 낫는다 하고.
그 을
맛보니 마시 디라 주010) 맛보니 마시 디라: 맛을 보니 맛이 달므로.
왕시 더옥 근심더니 현이 왕시려 당부여 오 내 병이 반시 니디 못디라
죽은 쳡의 아을 주011) 죽은 쳡의 아을: 죽은 첩의 아들을. 『삼강행실도』에서는 ‘고마 나혼 子息을’이라고 언해하였다. ‘고마’는 ‘첩(妾)’의 옛말이다.
잘 길러 라거든
가여 가오륜행실도 3:54ㄱ
라 주012) 가여 가라: 개가(改嫁)하여 가거라. 『삼강행실도』에서는 ‘다 남진 어르라’(다른 남자와 혼인하라)라고 언해하였다. 이와 같이 『삼강행실도』에서 쓰던 순우리말 낱말이 『오륜행실도』에서는 한자말로 교체된 것을 볼 수 있다.
니 왕시 울며 오 그 엇디 이런 말을 뇨 그 죽으면 내 가지로 죽으리니 내 비록 죽어도
그 형쉬이시니 죡히 아 기리라 주013) 그 형쉬 이시니 죡히 아 기리라: 그대의 형수가 있으니 족히 아이를 기를 것입니다. 『삼강행실도』에서는 ‘兄 겨지비 이실 이 아기 다 이대 길리다’라고 하여, ‘형수’를 ‘兄 겨집’이라 하였다. ‘다’는 ‘마땅히’의 뜻이고, ‘이대’는 ‘잘, 좋이’의 말이다. ‘길리다’는 ‘길러 질 것입니다, 양육될 것입니다, 키울 것입니다’의 뜻이다.
더니 현이 죽으매 왕시 무덤 겻 이셔
소셰 폐고 주014) 소셰 폐고: 소세(梳洗)를 폐(廢)하고. 머리 빗고 세수하는 일을 하지 않고.
훼미 녜에 넘게 고 주015) 훼미 녜에 넘게 고: 애훼(哀毁)함이 예(禮)에 넘치게 하고. 슬퍼함이 예법에 넘치게 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피고.
쳡아을 겻 두어 지셩을 기더니 그 아 죽으니 우러 오 이제 다시 랄거시 업다 고 여러번 칼을 가져
스로 멱디르려 거 주016) 스로 멱디르려 거: 스스로 목을 찌르려고 하거늘.
집사이 급히 구여 죽디 못고 인여 삼년을 니
친귀 다 술을 가지고 주017) 친귀 다 술을 가지고: 친구(親舊)가 모두 술을 가지고. ‘친구’는 『삼강행실도』에서 풀이한 것과 같이, ‘아로리 히 다 스울 가지고’처럼 ‘아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현대말 ‘친구’와는 다른 뜻으로 쓰인 말이다.
현의 무덤에 졔더니 졔
오륜행실도 3:54ㄴ
매 왕시 이믜 남게 목여 죽엇더라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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