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행실도 3:30ㄱ
樊彦琛 주001) 번언침(樊彦琛): 생애를 잘 알 수가 없음. 당(唐)나라 사람으로, 『구당서(舊唐書)』에 기록된 이야기인데, 『고금열녀전(古今列女傳)』에 ‘번언침처 위씨(樊彦琛妻魏氏)’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妻魏氏
揚州 주002) 양주(揚州): 중국 강소성(江蘇省)의 중부에 위치한 도시. 양자강 북안의 대운하와의 위치함. 예부터 강남경제의 중심지로서의 번영을 누렸음. 따라서 문화의 발전을 이룩함으로서 시인, 묵객들의 문화 활동도 활발하였음. 당나라의 벼슬을 하였던 최치원(崔致遠)의 기념관이 이곳에 있음. 양주는 전국시대에는 초(楚)의 광능읍(廣陵邑), 진(秦)대에는 광능현, 한(漢)대에는 강도현(江都縣)으로 개편됨. 수나라 때에 대운하가 개통되면서 ‘양주’로 바뀌었음.
人 彦琛病 魏曰 公病且篤 不忍公獨死 彦琛曰 死生常道也 幸養諸孤使成立 相從而死 非吾取也 彦琛卒 値
徐敬業 주003) 서경업(徐敬業): 서경업의 원래의 성은 이(李)씨임. 당나라 조주(曹州)의 이호(離狐) 사람으로 이적(李勣)의 손자이다. 용맹이 뛰어났으며 태복소경(太僕少卿), 미주자사(眉州刺史)를 역임하였으나 뒤에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좌천되기도 하였다. 무즉천(武則天)의 전정으로 백성의 불만이 크고 사회가 불안해지자 무즉천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10만 여명의 병사를 모아 격문을 돌리는 등 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뒤에 부하의 손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
難 陷兵中 聞其知音令
鼓箏 주004) 고쟁(鼓箏): 쟁을 타다. ‘고(鼓)’는 동사로 쓰임. ‘쟁(箏)’은 거문고와 비슷한 중국의 악기. 비단실의 열석 줄로 된 현악기이다.
魏曰 夫亡不死 而逼我管絃 禍由我發 引刀斬其指 軍伍欲疆妻之 固拒不從 乃刃擬頸曰 從我者不死 魏厲聲曰 狗盜乃欲辱人 速死吾志也 遂見害
合巹 주005) 합근(合巹): ‘술잔을 맞춘다’는 뜻으로 혼인예식을 지냄을 의미함. 지금도 전통혼례식에서는 이 ‘합근’예식을 실시한다.
曾成偕老期 良人
乘化 주006) 盍相隨 佩銘幸養諸孤語 弔影當時獨自悲
遭時不幸陷兵中 逼使彈箏欲玷躬 斬指抗辭終遇害 留名千古播貞
오륜행실도 3:30ㄴ
風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당나라 번언침의 쳐 위시 양쥬 사이니 언침이
병들매 주007) 병들매: 병(病)들매. 병이 드니. 『삼강행실도』에서는 ‘病얫거늘’이라 풀이하였다.
위시 오 공의
병이 듕니 주008) 병이 듕니: 병이 위중(危重)하니. 위독(危篤)하니. 병이 깊이 드니.
내 마 홀로 사라 공의 죽 양을 엇디 보리오 주009) 내 마 홀로 사라 공의 죽 양을 엇디 보리오: 원문 ‘不忍公獨死’을 직역하면, ‘공께서 홀로 죽는 것은 참아 견딜 수 없습니다.’이다. 그러므로 이 언해는 의역(意譯)한 것이니, 『삼강행실도』에서 ‘그듸의 오 주구믈 디 몯노라’(그대의 혼자 죽음을 참지 못하노라)라고 직역한 것과 대조적이다.
언침이 오
은 덧덧 일이니 주010) 은 덧덧 일이니: 사생(死生)은 늘 그러한 일이니. 죽고 사는 일은 늘 그런 것이니. ‘덧덧다’는 ‘늘 그러하다. 한결같다. 상도(常道)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말이다. 중세어 ‘덛덛다/덧덧다’의 뜻이 현대말에 와서 ‘굽힘이 없이 당당하다’로 전성(轉成)하였다. ¶微妙히 미 本來 圓滿 덛더디 住 아나[悟妙明心이 元所圓滿 常住心地나]〈능엄경언해 2:21〉. 本來ㅅ 眞은 妄이 업서 얼의여 덛덛야 變티 아니커늘[本眞은 無妄야 凝常不變커]〈법화경언해 1:109〉. 덧덧 거 허러 리며 쇽을 어즈러이 은 나라 법으로 더을 라[敗常亂俗之民은 王法所加ㅣ라]〈경민편(신역) 23〉.
그 어린 식들을 길러
셩닙미 올흔디라 주011) 셩닙미 올흔디라: 성립(成立)함이 옳은 것이니. ‘성립’은 ‘〈가문을〉 일으켜 세우다, 성장시키다’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원문 ‘제고(諸孤)’는 ‘아비가 죽어 고아가 된 자식들’을 가리킨다.
와 죽으믄 나의 라 배 아니라 주012) 와 죽으믄 나의 라 배 아니라: 따라 죽음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언침이 죽은 후에 위시 난리 만나 도적의게 잡히이니 도적이
그 음뉼 알믈 듯고 주013) 그 음뉼 알믈 듯고: 그가 음률(音律) 앎을 듣고. 그가 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을 라 니 주014) 을 라 니: 쟁(箏)을 타라 하니. 아쟁을 연주하라 하니.
위시 오 지아비 와 죽디 아녓다가 날을 풍뉴로 핍박니 이 나의 타시
오륜행실도 3:31ㄱ
라 고 그 손가락을 버히니 도적이 인여 안 삼고져 여
칼을 목에 견우고 주015) 칼을 목에 견우고: 칼을 목에 겨누고. ‘견우다/겨누다’.
저혀 오 날을 조면 죽이디 아니리라 위시 크게 지저 오
개 도적놈아 주016) 개 도적놈아: 개같은 도적놈아. 원문 ‘狗盜’는 그야말로 ‘이 개같은 놈아!’라는 욕이다. 『삼강행실도』에서는 ‘가히라(개이다)’라고 표기한 것이 여기서는 ‘개’가 되었다. 개를 뜻하는 어간 ‘갛’은 ‘개’라는 말의 어원이기도 한데, ‘개’는 중세 국어에서 원래는 ‘가히’였다. ‘가히〉가이〉개(모음 [ㅐ]는 원래[ㅏㅣ]로 발음했으나 현대말에 단모음이 된 것임)’의 과정을 거쳐서 [개]가 된 것인데, [개]의 고어형인 [가히]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갛+-이(명사 접미사)’이다.
사을 겁욕니 리 죽이미 나의 이라 대 도적이 인여 죽이니라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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