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之爲民者
四
士農工商
是也
士勤於學業則可以淑身心膺爵祿
農勤於耕稼則可以農粟穀免飢寒
工勤於技能則可以作什器易衣食
商勤於懋遷則可以積貨財通有無
四者
古今民庶之
21ㄱ
生業
仰足以事父母
俯足以育妻子
樂歲
終身飽
凶年
免於死亡
由其務本而不失生業故也
世不務此
乃有游手好閑之徒
不遵父母之訓
不顧妻子之養
飾其外以悅人
忘其生以徇欲
以至博奕於茶房
遊戱於酒肆
起滅詞訟
脫賺錢物
此等之民
如無根之木
無源之水
時和歲豊
猶或可以偸生
凶年飢歲
不相聚爲盜賊
轉死於溝壑
由其不務本而失生業故也
孝經云用天之道
因地之利
謹身節用
以養父母
此庶人之孝也
Ⓒ 필자 | 왕일암(중국-원) / 1345년(원나라 지정 5년)
21ㄴ
녜
셩 주008) 도의리 주009) 도의리: 도의-[爲]+-ㄹ(관형사형 어미)+이[人](의존 명사)+∅(zero 주격 조사). 되는 사람이. 15세기에 ‘외-’로 사용되던 이 동사가 16세기부터는 ‘도외-, 도-, 도의-, 도이-’ 등의 변이된 표기로 많이 나타나고 있고 이 문헌에서도 ‘도외-, 도-, 도의-’ 등의 형태가 혼용되고 있다.
네 가지니
반 주010) 반[士]: 양반(兩班). 사대부(士大夫) 계층의 사람.
과
녀름지리 주011) 녀름지리: 녀름[農事]+짓-[作]+-을(관형사형 어미)+이[人](의존 명사). 농사짓는 사람. 농민.
와
와치 주012) 와치[工匠]: 장인(匠人).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와치’는 15세기에 ‘바지’(匠 바지라.〈법화경언해 서:21ㄴ〉)로 쓰였고, 이후 ‘바치’(바치 공:工.〈신증유합 하:60ㄱ〉)로 바뀌었으며 ‘바치’가 유성음 아래에서는 ㅂ이 모음 ‘ㅗ’로 교체되어 ‘와치’로 나타난다.
와
와치 주013) 와치: 장사치. 상인(商人). ‘와치’도 15세기에는 ‘바지’로 표기되었다.
라 바니
글기 주014) 글기: 공부하기. 한문 원문에는 ‘학업(學業)’으로 나타나 있다.
를
브즈러니 주015) 면
가이 주016) 가이: 능히. 전혀. 과연. 마땅히. 15세기에는 ‘가히’로 표기되었다.
모 주017) 어딜에 주018) 어딜에: 어딜-[賢]+-게(보조적 연결 어미). 어질게. 덕행이 높게. 어간 말음ㄹ 아래의 ㄱ은 탈락한다.
야 벼슬리며 녀름지리
받가리 주019) 받가리: 밭[田]+갈-[耕]+-이(명사 접미사). 밭갈이.
를 브즈러니 면 가이
곡셔글 주020) 곡셔글: 곡셕(穀食)+-을(목적격 조사). 곡식을.
마니 주021) 마니: 많이. ‘마니’는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서부터 ‘만히’로 표기되었으며 이 문헌에서도 ‘만히’의 형태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두어
주으리며 주022) 주으리며: 주으리-[飢]+-며(대등적 연결 어미). 굶주리며.
치위 주023) 치위: 추위. ≪석보상절≫(9:9ㄴ)에는 ‘치’로 표기되었다.
를
면며 주024) 면며: 면-[免]+-며(대등적 연결 어미). 면하며.
이
주025) 을 브즈러니 면 가이 거슬 라 옷
바 주026) 밧고며 주027) 밧고며: 밧고-[易]+-며(대등적 연결 어미). 바꾸며.
주028) 리
니기를 주029) 니기를: 니-[行]+-기(명사형 어미)+-를(목적격 조사). 다니기를. 이 낱말은 ‘니-〉니-〉니-〉다니-’의 변천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다니-’가 되었다.
브즈러니 면 가이
보 주030)
사하 주031) 사하: 샇-[積]+-아(연결 어미). 쌓아. ‘샇-〉샇-’(경음화).
두어 이신 것 업슨 것
주032) 리니 네
일른 주033) 일른: 일[事]+-은(보조사). 일은. ‘일른’은 중철 표기이다.
녜며 이제 의
사롤 주034) 사롤: 살-[生]+-오-(삽입 모음)+-ㄹ(관형사형 어미). 살, 살아갈.
이리라
우호로 주035) 우호로: 우ㅎ[上]+-오로(조격 조사). 위로.
어버이를 셤기며 아래로
쳐식글 주036) 쳐식글: 쳐(妻)+식(子息)+-을(목적격 조사). 처자식을. ‘쳐식글’은 중철 표기이다.
쳐 주037) 쳐: 치-[養]+-어(연결 어미). 길러. 봉양하여.
됴
예 주038) 예: [年]+-예(처격 조사)+-(보조사). 해에는.
죽도록
브로고 주039) 브로고: 브로-[飽]+-고(대등적 연결 어미). 배부르고.
사오나온 예도
주그믈 주040) 주그믈: 죽-[死]+-음(명사형 어미)+-을(목적격 조사). 죽기를. 명사형 어미에 붙어 있던 삽입 모음 ‘ㅗ’가 소실되었다.
면니 그 근보 힘서
계 주041)
일티 주042) 일티: 잃-[失]+-디(보조적 연결 어미). 잃지.
아니
타시라 주043) 타시라: 탓[由]+-이라(서술격 조사). 탓이다. 까닭이다.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는 ‘닷’으로 표기되었고, 그 후 유기음화로 ‘탓’이 되었다.
이젠 이를 힘디 아니
22ㄱ
야 손 들오 즐겨 노 사미
어버 주044) 어버: 어버[父母]+-의(관형격 조사). 부모의.
치 주045) 치: 치-[訓]+-ㅁ(명사형 어미)+-(목적격 조사). 가르침을. 여기서도 명사형 어미에 삽입 모음 ‘ㅗ’가 소멸된 것을 알 수 있다. 15세기 국어에는 ‘쵸’로 표기되었다.
좃디 아니고 쳐식 치 도라보디 아니여
밧고로 주046) 밧고로: [外]+-오로(조격 조사). 밖으로. 겉으로.
빗 주047) 빗: 비-[飾]+-어(연결 어미). 꾸며. 15세기에는 어간 ‘비-’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접사가 연결되면 어간은 ‘-’으로 교체되어 ‘비+어’가 ‘어’로 표기되었다. 그러다가 중철 표기가 등장하면서 ‘’로 될 것이 예상되지만 8종성 제한 규칙으로 ‘’로는 표기될 수가 없어 다시 ‘빗’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주048) : [他人]+-(목적격 조사). 남을.
깃기며 주049) 깃기며: -[喜]+-이-(사동 접미사)+-며(대등적 연결 어미). 기쁘게 하며.
사롤 이를
니저 주050) 욕시믈 주051) 욕시믈: 욕심(慾心)+-을(목적격 조사). 욕심을.
조차
차 주052) 주053) : -[賣]+-(관형사형 어미). 파는.
지븨 가
긔 주054) 바독 주055) 며 술지븨 가
노녀 주056) 노녀: 노니-[遊]+-어(연결 어미). 노닐어. 놀러 다니며.
구의 주057) 닐와다 주058) 닐와다: 닐-[起]+-왇-(강세 접미사)+-아(연결 어미). 일으켜.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는 ‘닐왇-’이 ‘니르-’으로 나타난다.
믈 주059) 후려 주060) 후려: 후리-[掠]+-어(연결 어미). 휘몰아 채어.
아이니 주061) 아이니: 앗-[奪]+-이-(피동 접미사)+-니(종속적 연결 어미). 빼앗기니. 15세기에 피동사 ‘앗이-’는 ‘이-’로 표기되다가 ㅿ의 소실로 ‘이-’는 ‘아이-’로 표기하게 되었다.
이런 사
불회 주062) 불회[根]: 뿌리. 15세기 국어로는 ‘불휘’였는데 ‘불휘〉불위〉뿌리’의 과정을 거쳐 ‘뿌리’가 되었다. 이 밖에 ‘불휘’는 그 변천 과정에서 ‘불, 불희, 불회’ 등의 변이형태로도 근대 국어에서 혼용된 것을 볼 수 있으며, 여기의 ‘불회’도 그 중의 하나이다.
업슨 남기며 근원 업슨 므리
여 주063) 시저리 됴면
시혹 주064) 사롤 줄도 이시려니와 사오나온 면
모다 주065) 가
도기 주066) 도기: 도[盜]+-이(주격 조사). 도적이.
도의여
굴 주067) 에
구으럼 주068) 구으럼: 구을-[轉]+-어(연결 어미)+-ㅁ(첨사 添辭). 굴러 넘어져.
죽니 그
근본 주069) 근본: 근본(根本)+-(목적격 조사). 근본을. ‘근본’은 중철 표기이다. 그러나 이 대문의 앞에서는 ‘근보’로 연철 표기한 예가 쓰이고 있다.
힘디 아니야 계 일 타시라 효에 닐오
하 도 주070) 하도: 하ㅎ[天]+도(道). 하늘의 도. 언해문의 “하 도 며”는 시령(時令)을 따라서 한다는 뜻이다. 토의(土宜, 땅의 성질이 알맞음)를 구별하는 데 있는 것이다.
며
니 주071) 니: ㅎ[地]+-(관형격 조사)+니(利). 땅의 이로움. 언해문의 “ 니를 인야”는 토의(土宜, 땅의 성질이 알맞음)를 구별한다는 뜻이다.
를 인야 모 삼가
존졀 주072) 야
주073) 부모 효 주074) 호미 이
해 주075) 사
효되라 주076) 효되라: 효도(孝道)+-ㅣ라(서술격 조사). 효도이다.
Ⓒ 언해 | 김안국(조선) / 1518년(중종 13)
옛적에는 백성이라 하는 사람이 네 가지니, 양반(兩班)과 농민과 장인(匠人)과 상인(商人)이다. 양반 즉 사대부(士大夫)가 공부하기를 부지런히 하면 능히 몸을 어질게 하여 벼슬할 것이며, 농민이 경작을 부지런히 하면 능히 곡식을 많이 쌓아 두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것이고, 장인(匠人)이 물건 만들기를 부지런히 하면 능히 쓸 것을 만들어 옷이나 밥하고 바꾸며, 상인(商人)이 교역(交易)하기를 부지런히 하면 능히 재물을 쌓아 두어 있는 것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할 것이니, 이 네 가지 일은 예나 지금이나 백성의 생업(生業)이다. 위로는 부모를 섬기며 아래로는 처자식을 봉양하여 좋은 해, 즉 풍년에는 죽을 정도로 배부르고 흉년에도 죽기를 면할 것이니, 이는 그 근본을 힘써 함으로 생업을 잃지 아니한 덕이다. 이제는 일에 힘쓰지 아니하여 손을 놓고 즐겨 노는 사람은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하고 처자식 봉양하는 일도 돌아보지 아니하며, 겉을 꾸며 남들을 기쁘게 하며 살아갈 일을 잊고 욕심을 따라 차(茶)를 파는 집에 가서 장기와 바둑을 하며, 술집에 가서 놀다가 송사(訟事)를 일으켜 재물을 휩쓸어 빼앗기니, 이런 사람은 뿌리 없는 나무와 근원이 없는 물과 같다. 〈그렇더라도〉 시절이 좋으면 혹시 살 수도 있으려니와 흉년이면 모여 가서 도적이 되어 구렁에 굴러 넘어져 죽으니, 이는 그 근본을 힘쓰지 아니하여 생업을 잃은 탓이다. 효경(孝經)에 이르기를 “하늘의 도(道)를 사용하며 땅의 이(利)로움을 인하여서 몸을 삼가고 절약함으로써 부모를 효성으로 봉양하는 것이 이 보통 사람의 효도이다.”라고 하였다.
Ⓒ 역자 | 김문웅 / 2010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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